(원 제목은 탐정사무소 23이지만, 영화내에서는 입구에 2-3이라고 붙어있더군요. 2층의 3번째 방이라는 의미 같았습니다.
이하 탐정사무소 23이라 적겠습니다.)
탐정사무소 23은 꽤 유쾌한 영화입니다.
오프닝에서 조직간의 무기거래현장을 급습해 조직원들을 암살하고 무기와 돈을 모두 뺏은 악당무리을 보여줍니다
그러다가 차가 한대 고장나고 그 차를 몰던 조직원이 경찰에 잡히죠.
그런데...스토리상으로는 꽤 진지하고 악랄한 장면인데 여기서부터 웃긴 장면이 나옵니다.
조직원들이 악당무리들의 차에 총을 쏴대는데 그 차에서 슬며시 내려서 숨은 뒤에
차가 조직원들을 통과하고, 조직원들이 그 차를 향해 한창 쏘고 있을때 뒤에서 총질을 해대더군요.
말 그대로 뒤통수치기입니다. 뒤통수를 쏘니 적들은 한방에 죽고 차에도 총을 갈겨 불을 붙입니다.
그런데. 기가 찬게 출연배우 소개하고 영화 제목 띄우는 내내 경쾌한 음악과 함께 불타는 차를 찍습니다. 내내. 쭉 말이죠.
이거...하드보일드작가가 적은 글이긴 한데 스즈키세이준이 영화를 유쾌하게 바꾸어 버립니다.
영화중에 난데없이 헐리웃뮤지컬영화에서나 나올만한 음악공연이 나온다던가, 그 음악이 현재 상황을 해설해주는 느낌이 드는거 까지 웃긴다던가, 무기가 잔뜩 들어있는 지하창고에 탐정과 여자를 가두고 불붙은 기름을 부어 죽이려고 하지만. 정작 창고 천장에 뚫린 유리를 통해 그 사실을 말하다 총맞아 죽는 악당이 나온다거나, 지하에서 천장에다가 아낌없이 총질을 해대서 바깥 도로에 구멍을 뚫어낸다던가... 마치 한편의 만화같은 설정이 그득합니다.
거기에다가 케릭터들도 매력적입니다.
사격대회 금매달을 딸 정도로 사격실력이 뛰어나고 범죄를 퇴치하는것만을 대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만,
범죄자와 비슷하게 생긴데다가, 사람들에게 능글맞게 대하는 주인공과,
왠지 모르게 소심하고 어리버리한 사무소 부하,
뒷골목 스캔들을 찾아내서 주인공과 함께 돈뜯어내자고 꼬시는 같은건물 신문사 기자,
너구리라는 별명을 듣는 서장등등 이 영화는 여러모로 대중적인 재미와 개그를 뽑아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건 또 아닙니다.
본인이 범인인척해서 범인의 아지트로 찾아가는 주인공, 그 주인공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악당,
그리고 그 검증과 함정을 벗어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와 성공적인 결과 등 하드보일드적인 요소들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뒤 전시인 30년대에 영화체계 통패합을 겪고, 그로 인해 영화의 배급과 상영만을 담당하다가 전후에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하죠.
하지만 영화를 제작하지 않다가 갑자기 영화를 제작하려고 하니...몇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선 배급과 상영등만을 하다보니 이렇다 할 영화제작 인재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작사들에 있던 신인감독, 조감독 연출등 다양한 경력자나 신인들을 가리지 않고 받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라고 한다면. 영화사의 스타일이 없었습니다.
다른 영화사들은 협객영화, 홈드라마영화등 일정한 장르의 영화를 꾸준히 상영했고, 그에 따른 관람객층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닛카츠는 이렇다 할 관람객층을 만들진 못했죠.
그리하여 닛카츠는'스타일의 혁신' 을 이루죠.
당시 유행하던 영화스타일을 따라한 태양족영화들도 유명하지만 그중 가장 이름있는 스타일이 '무국적 액션' 입니다.
일본배우들이 연기하고. 일본배우들이 있지만. 일본이 아니어도 딱히 상관은 없는 그런 설정과 배경을 무대로 한 액션영화죠.
(예를 들면 앞에 리뷰한 살인의 낙인이 그런 영화입니다, 넘버가 찍혀있는 킬러들이 있지만. 이건 어느 시대에 가져다 둬도 상관이 없습니다.)
7~80년대에는 B급영화를 트는 영화관들이 늘어났는데. 이중 시대나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스토리도 나름 재미있는
이런 '닛카츠 무국적 액션'에 매료된 관객들이 늘어나고 그중 가장 재밌었던 스즈키 세이준의 작품이 인기를 끌죠.
잡설은 이까지하고 영화에 대해서 말해보죠.
이 영화. 도쿄방랑자는 노래'도쿄방랑자'를 모델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10미터 안에서는 백발백중인 테츠가 반대파의 오츠카의 견재와 자신이 예전부터 모시던 두목을 위하 동경을 떠나 이곳저곳을 방랑한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죠.
스즈키 세이준의 스타일과 영화인생을 말할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영화이기도 하고, 스토리자체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서 봤습니다만... 역시나 좋았습니다.
스토리는 원작에 충실하기위해 '동경방랑자'노래가 시도때도없이나옵니다. 남주인공이 비틀거리며 부르고 여자가 바에서 부르고 남자가 맞다지쳐서 휘파람으로 불고... '알았으니까 그만불러!'라고 말하고 싶을정도로 말이죠.
또. 일반적인 협객영화를 약간 비틀어 '조직에 버림받은 주인공' 이란 설정에 걸맞는 스토리들이 좋았습니다.
단지 라스트신에서 '굳이 그렇게 노래에 충실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질문을 하고싶었다는 것만 참는다면 말이죠.
촬영기법에 대해서는. 스즈키세이준의 특징인 색감과 파격적인 신이 좋습니다.
초반부에 주인공인 테츠가 얻어맞는 장면에는 흑백으로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테츠가 동경에 있을때 맨날 입고다니는 청색 양복, 악당조직인 오츠카가 입고다니는 붉은 양복, 두목의 집 거의 전체를 휘감는 갈색,유성의 켄지가 입고다니는 초록색 재킷,그리고 그의 애인 치하루의 가게색은 노란색에서 붉은색,하얀색등으로 사건이 있을때마다 바뀝니다.무대 배경또한 등장인물들에 맞도록 바뀌죠.
거기에 카메라의 흐름이 그당시의 것치고는 매우 세련되었는데요.'10미터 내의 사격명수'라는 설정답게 거리를 잡기위해 특정한 사정거리에 시아를 클로즈업하고, 주인공이 달려나가면서 총을 쏘는 장면은 제한된 상황에서도 신을 역동적이게 만듭니다. 또 카메라의 흐름방향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인공의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테츠가 지하에 감금된 상태에서 바깥으로 탈출할때라거나, 유성과 난투극을 벌이는 신이라던가 말이죠.
또 하나의 전매특허인 컷의 과감한 생략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치히루를 납치하는 장면에서도 납치하는 실갱이나 계획짜는 장면은 안나오고 차를 끌고 그녀의 등에 총을 겨누고 차에 태우고 이런식으로 급격한 스토리전환을 합니다.
(그런데 이걸 설명듣다보니 닛카츠에서 스즈키세이준에게 예산이나 컷등에 대한 제약을 많이 줬고. 스즈키세이준은 영화를 이렇게 만들며 '그렇게 제약을 줘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찍었다' 라고 말했다고 하네요...왠지 깹니다)
이것도 일본영화제에서 본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데'(원래는 대 가 맞지만 영화제 티켓이나 문구에는 데 로 표기되어서 적었었죠...쯥. ) 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키리시마라는 인기만점의 배구부 주장이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여러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한다' 라는 스토리입니다.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야기로 키리시마 주변의 케릭터 5명들이 자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습니다만... 영화에서 이랬다간 이야기의 흐름을 어떻게 이어야 할 지 고민될겁니다.
그래서 감독은 하루동안 여러 케릭터들의 모습을 각 케릭터들의 시점에서 전부 보여주고, 그 다음부터는 각 시점의 인물들에게 중요한 사건들과 장면들만을 보여줍니다.
예를들면 키리시마가 빠진 배구부의 시합결과는 보여주지만 야구부의 일요일 시합결과나 키리시마의 여자친구가 키리시마가 다니는 보습학원에서 내내 기다리고 찾아다니는 것등 이야기 상에서 극적인 사건이 아니거나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등은 그냥은 안보여주죠. 그러면서 영화의 흐름이나 감정선을 잘 조절해줍니다.
또한 주제도 마음에 듭니다. 키리시마의 부재라는 하나의 사건변화로 인해 기존에 '친한척' 하고 지내던 친구들간의 갈등이 깨지는가 하면 별로 생각지 않았던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다른 일에 열중할 수 있게도 하죠. 거기에 선생님의 말만 듣다가 자신들의 생각대로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을 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영화를 찍기위해 온몸을 던지는 영화부원들이 멋졌습니다. 아무리 바보같아 보여도 영화부 아이들에게는 조잡한 소품과 어설픈 분장의 좀비영화촬영이 그들이 생각하고 꿈꿔온 장면이 실현되는 환상적인 공간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을 주제로 했긴 했지만 멋진 장면이 많았습니다.
관악부 부장이 음악연습이라면서 짝사랑상대를 보며 음악연습을 하거나하는 장면들 말이죠.
(특히 금요일의 겹치는 장면들은 다 멋졌습니다.)
특히나 지금의 장면을 영화필름을 통한 환상으로 다시 해석한 장면은 훌륭한 B급 영화였습니다
영화감독의 꿈과 열정이 잘 보였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또 이번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감독이 고교생이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배우들과 함께
원작을 보질 못해서 원작과의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옛날 SF영화의 투박함은 살리려고 노력했고, 디지털 효과는 잘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빈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선. 옛날 느낌을 들자면. 원 설정인 '저지' 라는 것 자체가 위험한 사건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혼자서 판결을 내리고 심판을 하는 '경찰' 이자 '검사' 이자 '판사' 인 막강한, 아니 막강해야만 하는 역할이죠. 그리고 그 막강함에는 훌륭한 무기와 방어구, 본부로의 지원등도 있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론 케릭터의 강함이 확실히 필요합니다. 액션이 되고 사격이 되야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과 시민을 지키고 '판결' 을 내릴 수 있죠.
그런고로 이 영화의 저지도 그런 면을 잘 살렸습니다.
원조가 실베스터 스텔론인데... 어떻게 이 이미지를 이기지?
라는 고민을 하고 진행해 나간 결과, 기존 설정에 새로운 변주를 넣는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직선적이고 과감하지만 철저히 계산된 두뇌와 행동양식을 통해 사건을 진행해나가려고 하고, 그런점을 살리기 위해 신입을 데리고 다니며 법조항이나 문제해결법등을 선택하게하죠. 이런 기본설정에
거기에 약간의 변주로 공감능력이 있는 신입져지의 설정이 함께합니다. 공감능력때문에 잠시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론 강하기에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의를 실천하는 저지가 됩니다.
에스퍼+신입이란 케릭터 조합 흔하지만 잘살렸습니다.
또. 거기에 대항하는 악당도 잘 짰습니다.
어설프게 '이 악당도 이런 아픔이 있어! 이 악당도 이해해줘야되' 같은 식의 설정이 아니라
적당히 색기가 있으면서도 잔혹한 악당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이 누님. 보시다시피 화끈합니다.
혼자 힘으로 시작해 타워안의 모든 조직을 쓸어버려 중소도시정도되는 인구가 사는 타워 하나의 제왕이 되고,
조직의 비밀을 없애려고 타워 절단, 건물내 머신건 난사, 저지 매수등 할 수 있는 수단을 닥치는대로 해대죠.
거기에 영상미도 끝내줍니다.
그중 하나는 약을 먹을때 나오는 효과입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약을 먹으면 사물을 인식하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저 슬로우모션처럼 본다고 합니다.그리고 그걸 잘 살렸죠.
거기에 특수탄이 터지는 모습, 루키가 심문하는 장면등 화려해야 할 부분이 잘 살아있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과거라도 더 과거의 모습을 그리는 이들은 있었고, 아무리 최첨단인 시대라고 하더라도 과거의 느낌과 추억을 되세기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죠.
그렇다면 최근의 우리들. 지금 어른이 되었거나 동심이 아직까지는 사라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낭만' 과 추억이 있을까요. 그에 대한 답변. 주먹왕 랄프입니다.
일단 오프닝에 나왔던 페이퍼맨이야기먼저 말해볼까요.
페이퍼맨은 남자와 여자. 그 둘 사이의 '종이' 가 하나의 극적인 감동을 만들어주죠.
흑백애니메이션이지만 3D 그래픽 기술이 잔뜩 들어가있었습니다.
그덕엔진 몰라도 케릭터들이 더욱 입체적이면서도 깊이있는 느낌이 났습니다.
일단. 앞의 단편애니메이션은 그렇게 넘기고.
주먹왕랄프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게임 속 케릭터' 이야기입니다.
네. 환타지적인 요소들이 다 죽었다고 할 수 있는 현대에서도 남아있는 환타지 공간. 게임입니다.
이런 시도는동화를 색다르게 꼬아내고 장난감 세계의 또다른 모습을 만들어낸 드림웍스가 먼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디즈니가 하다니... 디즈니의 변화가 눈부십니다.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를 펼치길 바랍니다.
'게임속 케릭터'란 소재는 요즘2~40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을 자극시켰습니다.
과거에 자주봤던 8비트 게임영상이나 게임의 소스들이 영화의 곳곳에 나오고. 그것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죠.
이건 동화를 보면서 겪었던 경험과는 다른 우리가 직접 접해본 경험이자 세계관, 설정들이죠,
화질이 좋아졌다던것이나. 프로그래밍 되어있다던가, 게임설정이 그렇게 되었다던가. 하는등의 이야기는
동화속의 마법이나 환타지보다 우리들에게 더욱 가까이 와닿는 이야기죠.
게임의 세계를 이렇게까지 잘 보여주다니! 전 그것만으로도 기쁘더군요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인 랄프는 다른 게임의 이웃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 '메달'을 따려고 노력하죠(비록 게임기 전체가 사라지게 되는 상황으로 다다를 뻔 하지만요)
또. 바넬로피는 '오류'인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 레이서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트렉에서 운전을 하고 싶어하죠.
그리고 '터보'는 자신의 운명이나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곳을 떠돌아다니다가 자신이 사는 게임기와 다른 게임기까지 망쳐버리죠.
영화는 이런 그들의 문제와 고민을 재미있게 따라갑니다.
악당의 고민이라면 슈퍼배드같은 애니메이션에서도 잘 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영상에 대해서는 잘 아시다시피. 게임속 각각의 세계들이 잘 드러나게 보여줬습니다.
2D고전게임의 3D장면화된 파트들이나(위의 악당간담회가 일어나는 장면이나 랄프의 게임기속등)
세계관이나 게임에 걸맞는 여러 설정같은것들은 3D 그래픽이전에 설정과 배경조사들이 없으면 전혀 이뤄질 수 없는 경지죠.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건 앤딩크래딧의 여러 장면들입니다. 이 얼마나 깨알같은지!)
또 주목할만한건 음악입니다.
일본 아니메스러운 슈가러쉬의 음악이나 경쾌한 Wreck - it - ralph 의 테마음악이나 터보 흑역사 나올떄 나오는 음악이나
이거 뭐 하나 빠지는 음악이 없습니다. 슈랙1편 이후로 음악적으로도 즐거운 애니메이션은 이게 처음이였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디즈니의 도전이 점점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고(혹은 여태껏 신경안쓰고 있었던 저같은 관객에게 재확인을 시켜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페이퍼맨은 좋은 단편스토리에 특수효과를 잔뜩 넣었지만 흑백톤으로 배경대신 행동이나 스토리에 주목을 받게 했고, 주먹왕 랄프는 전체적인 스토리와 구성을 짜는 인물들을 세세하게 맞춘 다음에 화려한 그래픽과 세세한 고증을 붙여 볼거리 많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들은 무언가에 빠져 '덕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포츠든, 음악이든, 게임이든, 연예인이든, 영화든, 드라마든...만화든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런 덕질을 하고 있나요? 사회속에서 살아남는...아니 버티는 것에 바빠서 자신의 열정을 접어두거나, 혹은 처음에 가졌던 그 '순수한' 즐거움 대신 단지 의무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하고 있진 않은가요.
이 영화, 에바로드는 그런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에반게리온 Q 개봉에 앞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부스에서 각 케릭터들의 그림이 담긴 스탬프를 찍어 모아올것.
전부 모아온 자에게 큰 선물이 있을 것이다
대충봐도 이건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깨지는. 정신나간 미션이죠.
하지만. 주인공들은 이 미션을 위해 전 세계를 돕니다.
그렇게 그들은 세계순회를 하면서 이런저런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이 더이상 전성기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금은 되게 비싸지만 나중에 되면 100엔에 팔만한 물건들이 마구 팔리고 있다는것,
대단하다고 하는 직원들의 칭찬에도 '당연히 팔아먹으려고 하니까 칭찬하는거지' 라고 서비스업의 현실을 알게되었다는것.
에바Q를 봤을때 이전에 겪지 못한 멘붕을 겪고 덕질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된 것.
하지만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에 대한 추억과 순수함을 지니고 끝까지 도전했다는 것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을 경험했다는것.
그리고 고난과 역경,시련속에도 불구하고 스탬프 랠리를 완주하려 했다는것.
처음에 공개된 스탬프 렐리의 최종 보상에 실망하고서도 하고자 하는걸 끝까지 하기로 마음먹은것...
그들은 덕질을 하느라 현실을 외면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오히려 쓰디 쓰고 텁텁한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열광했던 과거의 순수를 추억하며, 혹은 순수를 위해 '에바로드'를 달립니다. 그리고 그 과정덕에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취미'라는 부분과 그 취미를 펼칠 수 없는 사회의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순수했던 덕심/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줄 아는 자신감을 찾아내...진 못하지만
사회에 있었으나 아무도 다루지 못한 '덕질' '매니아' 라는 부분을 부정적이고 음침한소재가 아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소재로 꺼내 영화화 한 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신선한 시도의 영화가 나와줬으면 합니다.
p.s 개인적으론 가이낙스나 메가박스에서 Q 개봉 전날 야간상영! 뭐 이런거 해가지고 Q틀기전에 이것도 틀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2 이 리뷰는 영화의 최종편집본이 아닌 1차편집본을 보고 하는 말인지라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분자요리라는걸 아시는지요. 재료와 조리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기존에 알고있던 음식의 맛과 전혀 다른 맛이 나게 만드는 요리이죠. 감이 안잡히신다면 엘 불리의 요리를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것입니다.
기존의 요리들과는 무언가가 다르죠 , 기존의 요리기법들과는 다릅니다.
하나의 식재를 잡고 볶고 익히고 삶고 찌고 진공포장시키고 기름을 스며들게하고 갈고 즙을 내고 얼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다 해보고, 그 실험중 가장 나은 결과들을 하나하나 뽑아서 만듭니다. 그리고 과거에 생각했던 느낌들이나 실수들까지도 이 실험에 추가해넣습니다.
모든 실험들은 컴퓨터에 데이터화해내고, 오랜 시간동안 끈질기게 연구한 것들은 '요리'를 넘어'창조'의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요리'는 '진행' 되고 점점 발전해 나갑니다.
이런 발전을 위해 엘 불리는 6개월동안 가게를 닫고 위와같은 연구를 합니다.
그들의 요리는 요리라기보다는 하나의 창조적 실험에 가까워지죠.
그리고 엘 불리의 개장시간.
연구하던 요리사들은 이때까지 개발하던 요리방법들을 기본기가 확실한 요리사들을 모아 그들에게 넘겨 요리하도록 하고,
자신들은 그 요리기법들을 이용해 더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물을 넣어야 하는 곳에 스파클링수를 넣어서 더욱 특별한 요리가 되기도 하는등. 매우 신선한 요리의 세계들이 펼쳐집니다.
. 요리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요리기법을 사용하는것이 아닌 분자요리(이건 한번 확인해봐야하겠지만. 제가보기엔 맞습니다.) 처럼 하나의 음식이 느낄 수 있는 맛의 스팩트럼을 전부 분석, 그리고 거기에 맞는 조합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요리사들의 과정과정, 그들의 스타일, 그들의 행동과 연구, 실행방향등에 대해 잡아나갑니다.
해외의 여러 장르들이 국내에 들어와 성공적으로 변한 예들은 과거에것만 찾아보더라도 꽤 많죠.
무협으로 말할것 같으면 외팔이 검객을 국내버전으로 바꾼 외다리 검객이나 죽음의 다섯손가락같은 고전 영화들을 꼽을것이고, 느와르도 조폭코미디에 묻혀서 그렇지. 박신양이 나온 킬리만자로도 좋고, 초록물고기도 괜찮고 달콤한 인생 등도 있죠. 서스팬스 스릴러를 말하자면 '하녀' '충녀' 등의 시리즈를 찍은 신상옥 감독님의 작품을 들 것이고. 호러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 스타일에 맞춘 월하의 공동묘지나 여고괴담등이 있죠.
이렇게 외국의 장르나 스타일을 국내에 들여와서 성공한 사례는 많죠. 그렇지만... 서부극의 느낌은?
외딴 곳을 찾아 온 사연이 있어보이는 한 남자. 애마를 멋지게 몰고 들어와서는 한바탕 피비린내를 예고하는 몸싸움을 한번 보여준 뒤 사라지고. 그를 멀리서 지켜보는 여인. 악당의 간계에 빠져 위험에 처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 악당과 마주보고서는 최후의 한판...
뭐. 이런식의 이야기 다들 아시잖아요. 그 작품만이 지니는 뭔가 쓸쓸하면서도 멋진. 그러나 유치하지 않고 어느정도 무게 있는 그런 이야기...예전 작품은 제가 식견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들자면 '놈놈놈' 과 '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 가 있겠죠. 놈놈놈은... 성공적이였습니다. 서부 활극이 제대로 살아있었습니다. 인정.
그리고 다찌마와 리... 역시 인정. 옛날 '삐'(B라고 해서 다 같은 '비'가 아닙니다. '삐'라고 해야 맛이삽니다.) 급의 무게감과 스타일들을 꾹꾹 눌러담아 연기를 펼쳤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둘다 뭔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놈놈놈'은 왠지 서부대신 만주에서 펼처지는 보물추격전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다찌마와 리는 옛맛을 제대로 살렸지만. 어느정도 희화가 있었죠. (뭐. 오락성과 대중성을 살리기 위해서인것같습니다만...아쉬운건 아쉬운거고요.)
하여간. 뭔가 딱 아쉬운, 고기만 구워먹고 냉면을 못먹은 듯한 그 묘한 찝찝함을 달래줄만한 영화가 나왔으니. 바로 철암계곡의 혈투입니다.
오프닝 한번 보시죠.
네. 썰이 무지하게 길었습니다. 하지만.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회장님 밑에서 돈만 받으면 뭐든지 다하는 악당 귀면과 그의 동료이자 동생인 작두, 도끼.
그들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철기는 그들에게 잔혹한 복수를 하러 갑니다.
단지 그 뿐인 이야기이고 서부영화뿐만 아니라 흔해빠진 스타일의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강렬합니다.
공구로 악당들을 '조지기 시작하는' 장면들도 거친 맛이 나고, 화면도 쓸데없이 화려하거나 어지럽지 않아 군더더기가 없고,
그 모든 폭력이나 살인도 나름의 '씁쓸함' 과 '애잔함' 혹은 '씁쓸함' 들이 베어나옵니다.
(굳이 그렇지 않은 장면을 들자면 토끼잡아먹을때??)
각각의 케릭터들도 제대로 잡혔습니다.
주연급 이외의 케릭터들만 이야기하자면, 귀면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자기 아빠 돈 많으니까 그거 훔치고 나르자고 자꾸 꼬셔대는 약먹은 애나, 귀면밑에서 별의 별 뒤치다거리를 하지만 결국 자기 애인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용기를 내는 동네건달이나, 절의 스님이랑 친하지만 스님을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숨어있는 사냥꾼이나 다 자기만의 사연과 목적이 있습니다.
또 각각의 케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마치 그 케릭터가 된 것 마냥 움직입니다.
(개인적으론 귀면과 도끼의 연기가 멋졌습니다. 마치 진짜 악당인것 마냥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담아낸 화면은 어떻고요.
도박과 유흥이 판을 치는 서부의 개척촌 대신에 도박으로 몰락한 탄광촌을 대치해 놓은 듯이 그 모든 것들이 보는맛이납니다.
탄먼지가 뒹굴고, 폐건물속에서 결투가 벌어지고, 계곡대신 깎아지를듯이 쌓여있는 탄더미들, 사람이 안 살것 같은 마을
회장님이 사는 어느 공방, 잔혹극이 벌어지는 암자와 풀밭의 긴장감...보는 맛이 굉장합니다.
뭐.슬퍼하거나, 그와의 추억을 떠올린다던가 이런저런 행동을 하겠지만. 그 끝은 떠난 이를 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떠나보냄'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떠나보냄' 에 대한 이야기. 이프 유 다이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프랑스인 필립은 어느날 술집에서 쿠르드인 아브달을 만나게 됩니다.
어떻게해서 둘은 친구가 됩니다. 아브달은 필립에게 자신이 파리에 온 이유나 자기 애인이야기등을 스스럼없이 하고,
필립은 아브달에게 자기와 방을 함께 쓰도록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브달은 버스안에서 죽게 되고, 필립은 그의 시신을 수습학 위해 그의 애인에게 전화를 해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그러나 시신을 처리하려고 해도 연락이 없자 필립은 아브달의 시신을 화장하고 연락을 기다립니다.
아브달의 애인 시바는 파리에 오게 됩니다. 하지만 아브달이 마중을 안나온 것을 궁금해 하다가 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아브달이 죽은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크게 슬퍼합니다. 뒤이어 아브달의 아버지인 체토도 파리로 오게되고, 체토는 시바를 아브달의 동생과 결혼시키려고 합니다.
이상이 줄거리의 절반입니다.
우선은 죽은 아브달 이야기.
아브달이 계란을 좋아한다는것, 그리고 테이블에서 계란이 자꾸 굴러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는것.
둘 다 훌륭한 영화적 장치 같았습니다.
계란이 깨지는 것으로 (자시이)죽는다는 의미를 보여줬지만, 반면에 '계란'이 지닌 생명의 의미로
자신의 연인이 '새로운 자신'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죠( 참고로, 초반에 시바의 가방에도 흰 알이 있습니다. )
그는 첫만남에서부터 계란을 까먹고 있었죠...
또 시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자면. 그의 죽음을 파리라는 공간을 통해 현명하게 맞이하는게 보였습니다.
그녀는 연인의 죽음에 슬퍼하고, 과거와 전통으로 대표되는 체토에게 덤벼들지 못하죠.
그러나 파리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인을 그리워 하고,
친구가 된 필립을 통해 아브달이 어땠는지를 들으며 슬픔을 가라앉히죠.
또한 체토에게도 옳은 말을 하며 그녀의 권리를 주장하게 되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됩니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죽음을 강요된 결혼으로 대체시키지 않고 새로운 자신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를 떠나보내게 됩니다.
초반에 전화통화를 통해 반어법적으로 말했던 파리의 풍경들이 그녀에게 현실로 다가옵니다.
친절한 사람들. 좋은 분위기 뭐..그런것들요.
그녀를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아브달의 아버지 체토이죠.
그는 쿠르드 원리주의자로 가부장적이고 딱딱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들의 시신을 화장시켰더라고 해도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고생고생해서 알려준 필립을 때리거나,
전통에 따라 시바를 아브달의 동생과 강제로 결혼시키려고 하고, 이를 듣지 않자 시바의 여권과 돈을 훔쳐서
고향으로 가서 결혼해야 한다고 윽박지르죠.
시바는 그의 앞에서는 벗었던 두건(히잡...인거 같으나 햇갈려서 일단 두건으로 적습니다) 도 다시 쓰고,
옳지 않은 거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파리를 돌아다니기 전까진 말이죠.)
하지만 그에겐 그녀를 마음대로 할 '힘' 도 '사랑' 도 없습니다.'총알없는 권총' 이죠.
뭐랄까...완고하다기 보다 찌질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파리의 쿠르드인들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않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심정을 해아리려고 하는 대신에 ' 착한 크루드인 처녀' 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서로 대쉬하기에 바쁩니다.
거기에다가 새로운 환경인 파리에 정착해 살지만 체토에게 자신의 이야기나 그녀의 입장등을 대변하지 못하고,
대변을 해주는 사람에게도 바보라거나 꺼져있어라는 소리를 하기에 바쁘죠.
슬퍼하는 그녀에게도 끊임없이 작업을 겁니다... 뭐하는건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된 것이 필립입니다.
그는 시바에게 아브달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애썼고,
시바에게는 아브달과 파리에서 있었던 추억과 그의 마지막을 이야기 하며 그녀가 파리에서 그를 추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 그녀를 데려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녀가 새로운 모습을 되찾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녀에게 작업을 거는것이 아니라 그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노력을 하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역할은 극대화 되고 그녀가 자유를 찾게 되는데 결정적인 사건을 도와줍니다.)
또 둘이 연인이 되지 않는 마지막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녀가 남자에게서 남자로 옮기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게 안심이기도 했고요.
전체적인 스토리는 위에서 보다시피 멋졌고.
음악도 크루드쪽 음악과 프랑스 음악이 섞이는 듯 해서 걸리적거렸지만 자꾸 들으니 익숙했습니다.
장면 연출도 깔끔했습니다. 삭막하고 어두운 파리에서 서서히 밝은 파리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두 연인의 버스장면' 이 인상깊었죠.
단지 흠이라면 미국식 로멘스나 일본식 로멘스에 적응되신분들은 다소의 이질감이 있으실겁니다. 그건 양해하셔야 되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이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화하는 미묘한 순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촌이 오게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의 진행들입니다.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말하자면.이미지의 순간순간들과 야기의 흐름이 서로 잘 엮여 있는 작품입니다.
첫 장면의 조용한(...) 분위기, 생일선물을 찾는 장면. 인디아, 찰리, 엄마, 3명이 삼각형으로 서서 서로를 마주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 등교하면서 차가 교차될때의 구도,샤워신(...) 언급할게 많죠.
이렇게 여러가지 신들이 엮여서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들이 하나의 느낌을, 이야기의 부분을 잘 살려주죠
특히나 인디아가 '사소한 부분에 집중을 잘 한다' 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인디아의 시점에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것들 (반지가 빠진 손가락,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 엠피쓰리에서 퍼져나오는 음악, 꽃이 다긴 화병을 그리는게 아닌 화병안의 무늬를 그리는 부분들등등) 이 역시나 디테일을 살려줘서 볼만합니다.
이런 포스터가 어울리는 작품이 된겁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살려주는 멋진 화면, 미술,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의 맛을 더욱 살립니다
신들린 인디아의 감정연기, 니콜 키드먼의 모성도 아니고 연정도 아닌 미묘한 연기,
또 삼촌 찰리가 연기를 참 맛깔나게 했습니다. 처음엔 어린 소녀떼에게도 인기있을 만큼의 멋진 남자분위기에서
점차적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려고 해대고 마지막엔...뭐. 그리되는 연기를 잘 하십니다.
같이 피는 피아노신이 아주 멋집니다... 이건 OST에 꼭 있어야할듯.
하지만 이 영화에 걸리는점이 있다고 하면. 이 이미지입니다.
처음 보면 왠지 낯설고 자꾸보면 뭔가 기묘하면서도 적응이 되어가고 자주보니 대번에 파악되죠.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박찬욱감독의 첫 헐리우드작품이죠.
고로 미국의 관객층은 박찬욱 감도그이 스타일을 처음 접하게 되는겁니다(미국의 일반관객한정입니다. )
하지만 한국의 관객층들은 그의 작품을 봤든 안봤든 그의 스타일이나 미장센등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게 됩니다.
이 격차는 무시못하죠.
그의 영화를 처음보는 미국 관객들은 박찬욱만의 스타일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어야 하고,
그의 영화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은 박찬욱의 스타일이 지루함 없이 받아들여져야 하죠.
그리고 이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관객인, 그리고 그의 영화를 자주 본 저에겐 그런 지루함이라는게 느껴지지 않았는데.처음보는 미국관객들에겐 호불호가 확 와닿았겠죠. 좋은 반응들이 제법 나왔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진해오딜지 기대됩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을 뺴고서 이 영화를 보자면... 멋집니다.훌륭합니다. 역시 역사에 길이남을 작품입니다.
우선 연출입니다.
천사는 영원을 살고 인간들 주위를 지나며 언제나 그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전해져 주지만, 인간들의 세상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는 없습니다. (주인공처럼 꿈을 통해서든 콜롬보처럼 육감. 혹은 추리력이 뛰어나서 그들을 눈치채고 혼잣말을 하든...비정상적이고 일방적인 접촉이죠.)
그런 설정을 묘사하기 위해 세상을 회색빛으로 보고, 촉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초반의 장면 대부분은 주인공이 인간들의 시각을 알지 못하는 회색투성이입니다.
하지만 그가 인간이 되자 그의 주변이 여러 색깔로 가득찹니다.
머리에 피가 나는걸 보고 신기하다고 느끼고, 추위를 느껴서 커피도 마십니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는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콜롬보도 만나고, 락밴드 공연도 듣고, 그가 바라던 여자를 만납니다.
같은 사건임에도 과거 천사였던때보다 더욱 다양하고 좋은 색감, 촉감, 효과를 보여줍니다.
또. 뛰어난 장면이 주인공이 초반에 비행기며, 건물이며, 도로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듣는 장면입니다.
도시의 여러 군상들을 자연스러운 카메라 이동을 따라 듣는 모습이. 지금봐도 깔끔합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카메라 이동은 콜롬보 형사가 영화를 찍는 장면에서도, 주인공이 전당포에 나와 길을 걷는장면에서도.
아주 멋들어집니다.
영화의 스토리 또한 좋았습니다.
세상에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기록하며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천사들.
그런 기록들을 하는 천사들이 도서관에 모여있다는 설정도 꽤 재밌었습니다.
또. 시와 과거를 읊으며 지내는 노인은 독일의 과거모습을 떠올리게도 해주고,천사와 같은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보다 훨씬전에 인간이 된 천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콜롬보입니다.
처음엔 콜롬보 형사가 왜 자꾸 등장하나! 하고 따졌는데. 자꾸 보니 '뭐. 그럴수도 있지' 싶더군요.
천사들과 대회를 나누고, 인간들에게 영화나 작품을 통해 즐거움과 희망을 주니
천사자리는 물러났지만. 천사는 천사다 싶더군요...
가 아니라 그냥 콜롬보 형사에게 역활을 주었는데. 그게 또 어떻게 맞아들어간거 같았습니다.
뭐.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으니깐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시구나 대사들도 한편의 문학작품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났습니다.
요즘 영화에 적응된 분들이라면 말만 나오고 영상이 좀 멈추는 듯 해서 지루한 면이 없지않아 있겠지만.
뒤에 가다보면 대사를 음미하시는 재미에 빠지거나 반복되는 대사에 질리시거나 둘중 하나가 될터이니. 걱정마시길.
뭐. 다 좋습니다만. 여자배우에 힘이 좀 덜 실렸다는 느낌이 나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천사가 여자를 보는 관점이나 시각같은건 많이 보였지만. 여자가 천사인 주인공을 보는 시각은 덜 드러났습니다. 좀 수동적이였죠.
이거 글빨이 딸려서 당연한건 빼고 이야기하다보니 두서없는 말이 되어버렸군요.한마디로 말해 옛날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강추입니다.
혹시 못봤다 싶으신 분들은 부산 영화의 전당에 가시길. 거기선 아직도 개봉하고 있습니다. (표값도 공짜였던걸로 알고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개봉된지 일주일이 지나가건만, 아직까지도 호불호에 대한 판명이 확실히 안나고 있는 작품. 그 덕에 '저놈들 왜 저러나?'해서 보는 사람들이 느는지, 아니면 '아. 뭐 저렇게 박터지게 싸워' 하고 안보는 사람이 느는건지 모를 정도로 박터지게 싸우는 작품. 자. 그 작품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주세요. (지금 혹시나 화면을 클릭했는데 아래 나오는 글씨가 보인다고 해도 아직은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어여 넘어가서 어떻게 감상해야하나 잠깐 보세요. 이렇게라도 블로그 접속자수를 해야겠어.컥컥컥컥)
제가 스포일러 없는 버전에서 언급한건 아래와 같았죠.
1. 에일리언에 너무 중점을 두고 보지 마십시요. 그리고 기존에 에일리언 시리즈에 대한 생각과 개념을 꽤 덜어내시는게 좋을 겁니다. 하지만 곳곳에 나오는 에이리언 전작의 요소들은 즐기셔도 될거 같습니다.
2. 인류탄생이나 진화.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 뭐. 이런것들에 대해서 말하긴 합니다. 하지만 많은 정보가 제공되진 않습니다. 상상력으로 메웁시다.
3. 스토리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그러나 '모든 떡밥은 다 풀려야만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시거나 '이야기에나 설정에 비워둔 부분이 많잖아' 하시는 분들은 스토리는 접어주시길 . 그대신 '오. 이건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라거나 '음...이건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부분을 끼워맞춰보자.' 하고 덤비는 성격의 분들에겐 엄청난 지적 오락이 기다리고 있을거란 것 말씀드립니다.
4. 리들리 스콧이 맡은 이 작품의 평점은... 그가 만든 다른 걸작들보다는 낫지만. 그가 만든 평작 & 망작보다는 좀 낫습니다. 나름의 수작...정도.
5. 위에서 설명한것처럼 이런 저런 요소들에 대해 한꺼번에 기대를 하시지는 마십시요. 여러 요소들에 대해 직접적인 설명과 연관성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보여주죠.
우선 하나하나 가보죠.
넵. 에일리언
당초 이 영화가 에일리언시리즈의 프리퀄(전작) 형태로 진행될 거라는 이야기에 흥분한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에일리언이 10초 나왔다.' '뭐야? 그러니까 에일리언 퀸은? 걔들이 있어야 저 녀석들이 태어난다며?유전적 근거는?' '어라? 저 에일리언 벌레들 처음이 지렁이냐!' '야. 에일리언 유전자를 뽑아서 사람한테 넣었다고 해서 어떻게 사람몸에서 에일리언이 튀어 나오냐? 그럼 리플리는 1편에 벌써 죽었게?' '에일리언 떡밥은 많지만 정작 에일리언은 안나오고 있다' 등등 에일리언의 전작으로 말하기엔 에일리언과의 연관성이 꽤 없었죠.
회사이름, 에일리언을 만든 '엔지니어'라는 외계인의 존재와 같이 '알고보면 재밌는 소스' 이지만 '에일리언의 전작이 아니라 그냥 이미지만 뺴다가 만든 영화' 라고 봐도 별 변명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야! 에일리언의 코드가 그렇게 나왔다!' '이 살암들아. 잘 생각해봐, 에일리언과 리플리의 유전자가 비슷해지게 된 이유도 같은 엔지니어가 만들어서잖아!' '야. 스페이스 자키가 이 '엔지니어' 아냐!' 라는 식으로 에일리언의 요소들이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에일리언 프리퀄 자리를 딸 수 있다고 하는 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약간은 부족합니다.
에일리언에 대한 각종 소스들이나 이야기거리가 나오지만. 이건 감독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다 여러분들의 덕력 영화적 지식덕분에 알 수 있었던 것들입니다.
감독이 에일리언에 대해 직접적인 이야기를 안한 것은 중간에 감독이 바뀌었었던 것도 있지만. 요즘 갓 20대가 된 관객들이나 에일리언시리즈를 보지 않고 '그냥 SF영화구나' 하고 보러온 일반관객들(혹은 저같이 에일리언 시리즈를 하도 오래전에 봐서 좀 가물가물한 관객들등등) 은 과연 그 소스를 다 알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보시길.
에일리언 개봉이 1979년도에 만들어졌고 국내에 87년에 개봉했습니다. 에일리언 2는 86년도에 만들어졌고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에일리언 4도 9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하나하나가 감독들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주는 걸작이지만. 그걸 다 챙겨볼 정도의 영화팬들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 그걸 다 알아내기란 힘들겠지요. 기껏해야 에일리언이 어떻게 생겼고 에일리언 영화의 몇몇 하일라이트들만 알고 있을 정도이지요. 고로 '아는 만큼 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아는 만큼' 의 격차가 클 수록 차이는 벌어질거고요
두번쨰. '인류기원의 충격적 비밀' 저 문구때문에 사람들이 참 많이 낚인것 같습니다
아니. 낚였다고 보기는 그렇죠. 영화의 인물들이 자꾸 '우리가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을 자꾸 던지니깐요
저 멘트와 이야기들에는 분명 코스믹 호러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코스믹 호러를 설명하자면...우주적 공포,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에 인간의 나약함이 드러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존재적 회의나 자아붕괴등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충격과 공포다 거지깽깽이들아 작품들을 일컬을떄 쓰는 용어로 유명한 작품으론 러브크레프트의 크툴투 신화,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암흑신화, 뒤치닥의 투명드래곤 등이 있지요.
그렇지만...영화를 보신분들이 이 설명을 보시면서 느끼셨다시피. 그리 '압도적 힘' 이라던가 '초월적인 존재' 의 기운은 덜합니다.
네. 없진 않죠.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를 초월한 시간대를 살았고, 우리들과 에이리언을 설계한 엔지니어. 그리고 그들의 초월적인 과학기술, 우리의 미약한 지성으론 알 수 없는 그들의 지성, 그리고 역으로 데이빗과 인간의 관계로 본 절대자와 창조물의 관계의 역전등등 코스믹호러, 혹은 SF적인 호러요소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뭔가 약합니다. 엔지니어는 피조물인 에일리언에게 흡수되어서 양분이 되고, 데이빗은 외계에 대한 지식을 무수히 쌓고, 자기가 원하는 것(뭐라고는 안나왔습니다만...) 을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등 여러가지 무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보여주지 못하죠. 그리고 '인간의 무력함' 을 보여주기위해 등장하는 에일리언의 요소들은...너무나도 친근합니다. 해병대도 못죽인 에일리언을 혼자서 다 죽이고 결국은 에일리언과 같은 유전자를 지닌 어떤 여성의 일대기가 너무나도 생각나서,(혹은 프레데터가 에일리언을 사냥해놓은 것을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별로 '우주적인 힘'이나 '무력감' 들을 못느끼겠습니다.
'또 저기있는 누군가가 처리하겠지' 뭐 이런생각이 들었다니깐요.
뭐. 코스믹호러로 보셔도 되고. 아니라고 보셔도 됩니다. (전 미약하다라고 봤습니다.)
뭐..우주의 광할함이 느껴지긴 합니다만...글쎄요...
세번째. 스토리부분인데...초중반은 만족스럽습니다. 인류가 자신을 만든 '엔지니어' 를 만나려고 하고, 그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데이빗의 음모, 알 수 없는(아니. 알고는 있지만) 외계인의 등장 등등, 그러면서 위기에 처하는 프로메테우스호의 사람들. 좋습니다. 엔지니어가 깨어나서 두 사람들을 죽이고 한 로봇의 목을 뽑아낸 후의 난동, 프로메테우스의 자폭공격같은건 뜬금없고 뻔해서 싫었습니다만. 그 후 살아난 쇼가 엔지니어와 에일리언을 싸우게 하고 우주로 나간거. 그건 좋았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뿌려진 떡밥들은 어떻할건가? 라고 물어보면 답할 말이 없습니다.
데이빗은 과연 통역을 잘 했는가? (엔지니어에게 그 말을 제대로 전했나?
엔지니어들은 왜 인류를 멸망시킬 에일리언 부대를 만들어놓았나? 그리고 왜 인간들에게 그 부대들이 있는 곳을 안내했는가?
왜 회장은 뒤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나?
데이빗과 비커스는 어떤 관계인가?
데이빗은 왜 쇼의 꿈을 봤나?
데이빗은 왜 프로메테우스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나?
10분뒤에 비커스와 자넥의 모습은 왜 안보여주나?
(거. 쇼가 배짼 상태로 뛰어다닌건 고만좀 태클걸어요. 뭐. 그때 의학이 좋았나보지. 피도 안나는거 보면. )
무수한 떡밥은 뿌려졌지만. 어떻게 처리해놓지도 않고, 그에 대한 힌트도 주지 않고 끝났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왔지만. 감독이나 영화가 준 답변은 아닙니다. 관객들의 생각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