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의 리뷰는 이전에 부산영화의 전당에서 스즈키 세이준 특별전이 할때 적었던 리뷰에
설명이나 설정등을 추가로 붙여놓은 리뷰입니다.
이 영화 못구해보시더라도 한숨쉬지 마세요...컥컥컥컥
일단 미리 기본상식삼아 스즈키세이준에 대한 설명 조금 들어가겠습니다
스즈키 세이준이 찍은 영화는....다 B급 영화를 설정하고 만들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영화가 '동시개봉'하는 경우가 많았죠.
예전에는 작품성있고, 어느정도 수준이 되는 A급 영화와 '시간때우기'겸 관객들이 어느정도로만 즐길정도로 재밌고, 적당한 시간이 들어가는 영화들을 두개 붙여서 동시상영관에 걸었죠안좋게 말하면 땜빵영화라고도 보셔도 되겠군요.
그렇다보니까 회사에서도 B급영화에 투자를 안하는 대신에 스토리는 재미없어도 적당히 시간때울수 있는걸로,
예산은 얼마까지, 각본,촬영,편집까지 한두달, 배우는 어느정도만하기 등등 다양한 제약을 뒀죠.
일하는 입장에서 참 할맛안나는 일 아닙니까. 제약이 저렇게 많아서야. 어떻게 영화를 찍나 갑갑하기도 했을겁니다.
하지만 스즈키세이준은 반대로 '저 제약안에서는 뭐든지 하면 되지 않느냐' 란 생각에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별별 기괴망쯕한 기법이나 스타일등을 마음껏 발휘합니다.
닛카츠에선 재미없는 스토리를 재밌게 살리는 그의 재주를 보고 점점 더 재미없거나 뻔한 스토리를 던져주고
그는 멋지게 살려내며 10년넘게 닛카츠에서 일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영화제작으로 영화사측과 갈등이 점점 생겨났고. 사장 및 영화사는 그를 짜르려고 해댔죠.
그런 순간에 그는 자기만의 생각과 스타일을 잔뜩 담아낸 어떤 영화를 만들고,
사장은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며 격노해 개봉을 중지시키고, 스즈키 세이준을 해고시킵니다.
그 작품이 바로 이번에 살인의 낙인입니다.
영화포스터
저기 뒤에 있는 여성들이 주가 아닙니다. 뭐. 남성관객 끌려고 만든거란건 아실테죠.
그리고 영화 이미지 한컷. 하이브리드 아닙니다. 넘버3입니다.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킬러랭킹 넘버 3에 있던 주인공이 어떤 인물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여인에게 암살의뢰를 받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넘버 3는 암살에 실패하고, 킬러 랭킹에서 탈락되며,
누구도 정체를 모르는 넘버 1이 그를 죽이려고 합니다.
흔한 스토리이죠.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진행은. 여러모로 '단절'혹은 '점프' 되어 있습니다.
야인시대의 심영이야기를 예를 들어보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스토리는 1.심영이 대한극장에갑니다. 2.대한극장안에서 연설을 합니다.
3.김두환일행이 수류탄을 던지고 습격합니다. 4.무대는 아수라장이 되고 5. 심영은 도망갑니다.
6.심영은 건물밖으로 나와 도망을 치는데 7. 김두환 일행이 그들을 쫒고 8. 총을 쏩니다.
9. 심영은 쓰러지고. 10. 전차가 지나간 후엔. 11. 핏자국과 심영의 모자만 길에 남아있습니다.
뭐. 나중에 스토리는 다 아실터이니 그냥 이정도선에서 마무리하죠.
우선. 전체적인 이야기 서술방식을 말하자면. '이야기의 여백' 을 심하게 둡니다.
위의 이야기를 최대한 축약하자면 2-3-4-6-7-8-9-11 정도겠죠. 스토리상으로 필요없는 것들을 좀 날려버리는 거죠.
그렇지만. 이 영화는 1-3-5-7-11 과 같습니다.
스토리의 진행에서 중요한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영상상에서 날리거나 일부로 자세히 안보여줍니다.
혹은 쓸데없는(혹은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컷을 넣거나 사건이나 시간구조를 뒤섞어서 보여줍니다.
그런식으로 관객들은 비는 공간을 추리하게 되거나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한 컷을 말하자면 넘버3는 자신들을 추격하는 차를 발견하고 동료에게 신호를 줍니다.
동료는 차를 틀고 넘버3는 차에서 바로 내립니다. 총소리가 몇번 들립니다.
그러고 전혀 다른 길에서 좀 노는 남녀애들이 노래를 틀며 길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일행의 차는 숲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앞에 추격하는 차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추격하는 자들을 잡았는지, 혹은 그들의 차바퀴에 펑크를 내 다른데 들이박게 했는지, 혹은 추격하는 차들이 주인공일행을 앞질러서 도망갔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의도적인 '여백' 들은 관객들에게 이야기상의 '여백'을 연상하거나 상상하는 것조차도 거부하고 그저 '느낌' 만을 느낄수 있도록 합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된 설명없이 휙휙 지나가는 장면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시겠지만. 이후에는 그것도 재미로 느끼실 겁니다. (심지어는 필름이 중간에 노후화되어 소리와 영상이 안나온것도 '이 감독이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려고 했나보다' 하고 다들 넘기시더군요...)
다시 심영으로 돌아가서, 이 영화에서는 '공격자의 부재' 혹은 '여백' 또한 드러납니다.
심영에게 총을 쏜 것은 상하이 조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상하이조가 총을 그에게 겨누고 있고, 총이 불을 뿜었으며, 심영이 쓰러진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총을 직접적으로 쏘는 장면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총을 들고 있고, 총성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쓰러질 뿐입니다. 혹은 총구가 클로즈업되고 사람들이 쓰러지거나요.
어떤 이는 '총 한방 쐈다고 저리 픽픽 쓰러지냐.B급 영화맞네' 하시겠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주인공이 총을 겨눠 상대를 쏠 때에도 총이 클로즈업되거나 총성만이 크게 들리죠. 과연 그 총알이 주인공이 쏜 총알이 맞을까요?
왠지 묘한 이런 느낌은 나중에 넘버1,'유령' 을 묘사할때 더욱 잘 드러납니다.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건지 알 수도 없는 상대가 전화로 주인공을 위협합니다
아파트에 숨어있는 주인공 주변의 물건이 총에 맞아 부서지거나, 밧줄이 끊기거나 총성이 들릴 뿐입니다.
그는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든 전화기를 통해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말합니다.
그는 그 공간 어디에도 있는 것입니다. '그'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으니깐요.
이와 같은 '공격자의 부재'에 주인공은 '넘버 1은 누구인가?' '넘버 1은 어디에 있는가' 와 같이 공격자를 찾고자 하고,
급기아 '나도 넘버1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대사를 하며 '공격자의 부재' 즉, '자신의 부재' 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 난해함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것은 스즈키 세이조만의 '스타일' 입니다.
술과 여자에 빠지면 끝장이라는 식의 룰이나 킬러랭킹과 같은 조직체계에서 느껴지는 야쿠자 영화의 코드
여자 차에 박재된 채 매달려있던 새나 나비 이미지등에서 느껴지는 파멸의 전주, 밥솥의 증기, 나선계단, 수직건물등으로 나타낸 상승의 욕구와 거센 비 등으로 나타내는 허무함, 마지막 '링' 으로 나타낸 결전의 공간등 여러 의미없는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의미있는 매개물들
그때 당시로는 획기적이였던 카메라기법들(초 로우앵글이나, 반전 샷, 한 점을 중심으로 360도 회전하며 전채를 비추는 카메라 등등...)까지
사장이 열받을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영화였다고는 하지만. 그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영화의 느낌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 기괴한 영화와 스타일 있는 영화 모두 탑에 들 수 있을 만큼의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스즈키세이준 영상을 볼때 이걸 먼저 보시길 추천합니다.느낌이 오신다면 제대로 선택하셨으니 쭉 찾아보시면 됩니다.
느낌이 안오시더라도 다른것들도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으니 안심하십시요.
그러니까. '암만 뒤틀리더라도 이 이상은 안뒤틀린다' 하는 기준점이라 보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