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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7 하루정도 놔둔 음식(속칭 어제의 음식)들의 특별한 맛


(심야에 살찌게 하는 만화 심야식당.)
심야식당 1권을 보면 어제의 카레가 나옵니다
어제 만들어 두었던 카레를 따끈한 밥에다가 비비기만 할 뿐인 음식입니다.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단순하다고 하면 단순하기도 한 이 조리방법은 음식이라고 하기도 좀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그냥 데워 먹으면 되잖아?' 라고 하시는 분이 있으실 지는 모르겠지만 따끈한 밥의 온기에
식어있던 카레소스와 건더기가 비비면 비빌수록 조금씩 따끈해지면서 입안에 도는 그 맛이란!
뭐. 반대의 경우도 좋습니다.
따끈한 카레소스에 어제 먹다가 랩싸서 넣어둔 식은밥을 넣으면 밥이 카레소스에 눅눅해지면서 따끈해지는 그 느낌을 즐기는 것도 빈자의 낭만이겠죠.



왜 그 이야기가 나왔느냐? 사실 오늘 오후에 귤상자에 미리 까놓고 남겨둔 귤을 다음날 되서야 발견했습니다
당연히 껍데기의 수분은 빨려들어가서 약간 쪼글쪼글했죠.
그렇지만. 보시라. 귤을 반으로 뚝. 하고 쪼개면은 겉껍데기의 우두투둘함과 속알맹이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수분이 각자 자기나름의 주장을 해대죠.
그렇게 한조각을 떼내고 먹으면 껍데기가 입속에서 '찌익'하고 찢겨져 나가면서 안에 있던 수분이 입안에서 노는느낌이 참으로 유쾌하기까지 하죠.
아아...입안에서 퍼지는 귤알갱이...
그냥 먹는 수분가득한 귤알갱이의 느낌도 좋지만. 이렇게 약간 건조한 느낌의 귤도 왠지모르게 마음에 든단 말이죠.


그리고 요 베이글도 괜찮습니다.
'이걸로 배수로를 타고 올라가는 도둑을 맞춰 떨어트렸다'라는 웃지못할 유머가 떠돌정도로 오래두면 딱딱한 녀석들이지만.
커피나 코코아같은 따뜻한 음료와 함께 먹는다면 이 딱딱함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딱딱한 베이글을 손으로 '뚝' 쪼개서 커피에 살짝 담그고 먹으면...으아아...
안젖은 부분의 딱딱한 식감과 젖은부분의 부드러운 식감이 묘하게 어울리면서 커피향과 딱딱하게 굳어있던 베이글의 맛이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내리죠.
(단 하루정도가 아닌 반나절정도를 추천.)




마지막으론 피자입니다.
예전에 코스트코가서 피자를 3조각 샀는데 다 못먹어서 한조각은 남기고 잠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빈속에 식은 피자 한조각과 어제 따서 약간 김이 빠진 콜라를 같이 먹는데...
오오.피자에 남아있는 기존 재료의 맛이 입안에서 타고 돌아. 빵도 그리 못먹을정도로 딱딱한것도 아니고 딱 적당해.
이정도면 괜찮아! 하면서 아침에 우걱우걱 먹은적이 있죠.
도우가 적절히 얇은 피자라면 다음날에 식은채로 먹어도 맛있다는 진리를 알게되었습니다. 이제 E마트피자로 시도해봐야 할때인가...

이렇게 어제 만든 음식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제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기존의 음식이 만들어진시점을 되돌리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식거나 딱딱하게 만들어지는 등의 변화상태또한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전자렌지가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맛들도 썩 나쁘지는 않죠.)
Posted by contentadmin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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