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아니 좋아했던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는 안내메일이 날아왔다.
하지만 선뜻 '사야지'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작가가 과거 제국주의적 시각의 일본을 좋아하는데다가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찬양을 했ek.
뭐. 이까지는 일본 특유의 역사교육 문제와 그리고 작가의 조상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단것, 작가가 밀리터리 덕후경향이 있기에 어찌 넘기든 버틸수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위안부에 대한 원초적인 비난은... 작가의 사상이나 가치관이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봐줄 수 없는 상태였다. 인간의, 여성의 가장 원초적인 것까지 침해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난하는 것은 봐줄 수 없었다.
그 작가의 소설은 내가 10년간 봐왔던 소설시리즈이다.
학교든 군대든 어디에 있을때고 돌려본 소설이고 그 평 또한 나쁘지 않다. 짧은 이야기가 괜찮다.잔잔하네. 이런 말을 들으며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무조건 가져가면 소각로에 던진다는 전설이 있던 중학교체육선생에게 압수당하고서도 돌려받을 정도로 나쁘진 않으며 이런저런 기억이 있는 시리즈이다. 그 작가의 다른 시리즈들은 왠지 물리는 기분이 들고 매너리즘에 빠지는거 같았지만 이 시리즈는 어느정도 자기개선의 여지가 시작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의미깊게 지켜보고 싶었던 상태이다.
작가의 작품과 작가의 도덕성의 일치 관련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게 되는 문제이다.
기타노 다케시가 한국을 싫어한다지만. 기쿠지로의 여름 같은 순수한작품들에서 소나티네, 하나비와 같은 꽤 무거운 영화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보여준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도 피아니스트라는 걸작을 만들어냈지만 미성년자 강간혐의로 인해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뭐. 이런 사례는 감독들이나 작가들을 들 필요도 없이 주변에도 많잖은가.
인간성 더러운데 일은 잘하는 사람이나 진짜 완벽해 보이는 가게가 불합리한 운영구조를 갖추고 있다던가.
제일 좋은 것이 공은 공이고 과는 과로 확실한 처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나.
공도 크고 과도 크다면. 그것이 물리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라면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보통은 '좋은게 좋은거지' 라며 물리적인 면에 쏠리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적인 면을 저버릴 수야 있나.
내가 좋아하는 근대 소설인 광염 소나타에서도 이 딜레마가 나온다.
범죄를 저질러야만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백성수.
소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나온다면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 한둘 정도 죽어도 되지않느냐는 탐미주의적 이야기가 나오니 그에 따르자는 작품. 하지만 그 글을 지은 김동인도 친일의혹이 있으니 그리 신뢰할만한 결론은 아니다.
일단은 안 지르고 장고를 해보도록 하겠다.
이후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혹은 작가가 반성할 여지를 남겨두기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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