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도서

<사이보그가 되다> - 사이보그지만 괜찮으려면?

NPC_Quest 2026. 1. 19. 21:00

 

'사이보그'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흔히 SF 영화 속 초인적인 기계 인간이나 우주의 극한 환경을 견디는 증강된 신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단어는 장애나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을 보조하는 결합형 장비들과 함께 훨씬 친숙하고 현실적인 의미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사이보그 담론의 핵심은 단순히 기계와 몸의 결합을 넘어, 기술이 인간의 '정상성'을 어떻게 규정하며 소외된 이들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성찰에 있습니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후천적 청각 장애를 지닌 SF 작가 김초엽과 지체 장애를 가진 변호사 김원영, 두 저자의 각기 다른 시선을 통해 이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김초엽 작가는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풍경을 그리며, 김원영 작가는 자신의 실제 경험과 법적 지식을 토대로 기술이 신체에 접목될 때 발생하는 권리와 인식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그들은 장애를 무조건적인 '극복'이나 '치유'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에 경종을 울립니다. 누군가에게 장애는 지워야 할 부족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의 방식인 '고유성'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저자는 먼 미래의 화려한 기술보다 '지금 당장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인'의 범주가 얼마나 편협한지 폭로합니다. 어린이에게 너무 높은 키오스크,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의약품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환경들이 사실은 수많은 '사이보그적 존재'들을 배제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책 자체가 보여주는 배려입니다. 저시력자를 위해 가독성을 높인 편집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세한 전자책 대체 텍스트 등은 '모두를 위한 기술'이 무엇인지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서버를 지식의 외장 하드로 삼고 살아가는 '느슨한 사이보그'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술이 신체와 결합하는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사회 질서 또한 점차 사이보그 친화적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는, 그 기술이 소외된 이들의 생활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인간의 다양성을 훼손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우리가 기술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소중한 고민거리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