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실수하라(Make Good Art)>는 닐 게이먼의 2012년 필라델피아 졸업 연설문을 디자이너 임헌우의 시각적 해석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하지만 이 조합은 다소 삐걱대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합니다. 닐 게이먼은 자신의 연설이 이토록 정교한 디자인 북으로 출판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디자인을 전제로 한 글이었다면 그래픽노블이나 어린이 동화 등 다양한 작품장르에 참여한 작가인지라 문장의 호흡과 맥락을 그에 맞게 조절했겠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연설문을 억지로 디자인 틀에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어떤 페이지는 문장이 너무 짧아 흐름이 끊기고, 어떤 곳은 강조를 위해 거쳐야 할 군더더기 문장이 너무 많아 독서의 리듬을 해칩니다. 말이 글로 바뀌면서 생기는 문제가 디자인과 페이지 구성을 통해 더욱 크게 보이죠.
디자인도 자체만 놓고 보면 훌륭합니다. 분홍색과 검은색을 대비시킨 임헌우 디자이너의 구성은 '강조와 주목'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편집의 흐름'에 있습니다. 책 초반부터 디자이너의 서문, 닐 게이먼의 연설, 추천사들이 뒤섞여 있어 독자의 독서흐름이 깨집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글)와 세련된 그릇(디자인)이 준비되어도, 코스 요리의 순서(편집)가 엉망이면 온전한 맛을 느끼기 어려운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어 볼 가치는 있습니다. 비록 편집의 불협화음이 아쉽긴 하지만, 닐 게이먼의 글과 디자인의 구성은 참조할 점이 분명 있거든요
※ 안내사항: 이 글은 과거 작성된 원본을 바탕으로 리브랜딩 과정을 거친 콘텐츠입니다. 당시의 주관적인 평가나 시대적 배경이 포함되어 있어 현재의 기준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글의 군더더기를 정리하고, 더 많은 분과 취향을 공유하기 위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 A/S: 이런 글을 적었던 닐 게이먼도 성폭행소송으로 인해 문제가 되었죠. 예술가의 크리에이터적인 부분 이외에 지켜야 할 부분들은 많고, 그 중 도덕적인 부분도 포함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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