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한국영화이야기를 하면 '아. 괜찮은건 있었는데 대부분 날림이였지' 라는 식으로 호불호가 갈릴것이고
한국만화이야기를 하면 '뭐.. 보긴 그렇지만 괜찮은 작품도 많았지' 라는 식으로 그래도 괜찮은 작품 한두개정도 짚어주고 넘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한국 로봇만화이야기를 하면 다들 '아. 태권브이!' 하고 거기에 얽힌 추억 한두개정도를 이야기 하겠죠. 그렇지만 그 외의 다른 괜찮은 작품들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별로 말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할수 있다고 해도 그리 좋은 소리를 듣지도 못할겁니다.
그럴 만도 한게 옛날 만화에서는 표절이 심각했으니깐요,
일본의 만화케릭터를 따오거나 스토리를 배끼거나 심지어는 일본만화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는 한국만화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로봇만화는 더 했죠. (인터넷을 뒤져봐도 일본로봇들을 도용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니깐요.)
게다가 이야기도 그리 좋지 않은데다가 그나마도 마구 흘러갔습니다.
국내에서 뭐가 뜬다 싶으면 곧바로 이름과 케릭터만 딴 작품을 만들어 냈죠.
아톰,6백만불의 사나이, 심지어 이티까지 끌어다가 영화를 찍어댔습니다.
또 엉망인 스토리만으로도 이해하기 힘든데 화면이 갑자기 넘어간다던가, 옛날에 썼던 장면을 그대로 쓴다던가, 억지로 훈훈한 마무리를 넣는다던가... 어른들은 머리가 아프고 어린이들은 화면이 휙휙 넘어가니 재밌어 했다죠.
더욱 문제는 이런 과거의 로봇만화(더 크게 보자면 한국 극장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찰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만화에서는 '클로버문고의 향수' 라거나 '고우영'의 재주목, '각시탈' '로보트킹' '타임머쉰' 등의 고전만화 복간들이 이루어졌지만. 애니메이션은 고작해봐야 태권브이의 재개봉정도밖에 없었죠.
이런 현실에서. 의미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한국슈퍼로봇열전' 입니다
(묘하게 슈퍼로봇대전의 느낌이 나는데...착각이겠죠?)
이 책은 옛날부터 나왔던 로봇애니메이션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에 대한 단점을 우리가 모르는 뒷배경까지 찾아줘서 정확히 지적해냅니다.그런걸 점점보자면 더욱 암울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이런 문제점뿐만 아니라 장점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당시로서 충격적인 스토리, 최초의 시도, 좋은 설정, 원소스 멀티유즈, 콜라보레이션, 심지어는 (무단도용이란걸 제외하고는) 원작인 일본극장판보다 나은 퀄리티의 작품까지...
이때까지 인정받지 못하던 부분을 찾아내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 줍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를 정리해 장단점을 찾아낸 이 책을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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