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도서

음식의 언어 - 음식의 언어학? 그 이상의 인문사회학

NPC_Quest 2015. 9. 7. 21:25

 

 

<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보고 혹시 너무 딱딱한 학술서가 아닐까 걱정하며 책장을 넘기기를 주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책의 목차를 슬쩍 훑어보면 케첩, 감자칩, 마카롱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반가운 소재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소재가 가볍다고 해서 내용마저 가벼울 것이라 예단하는 것 역시 금물입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경제, 역사, 사회학이라는 방대한 학문의 세계를 재치 있게 풀어낸 '깊이 있는 통찰'에 있습니다.

 

저자인 댄 주라프스키는 언어학자의 시선으로 메뉴판을 분석하며 저렴한 음식점과 고급 음식점이 고객을 유혹하는 각기 다른 언어 전략을 흥미롭게 증명해 냅니다. 예를 들어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식재료의 원산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저렴한 식당일수록 '신선한', '엄선된' 같은 형용사를 남발한다는 분석은 일상에서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심리학적 도구입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음식의 전파 과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한 접시의 음식 속에 담긴 이민의 역사와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강대국들의 상징, 심지어 불꽃놀이의 과학에서 탄생한 아이스크림의 유래까지 파고듭니다. 음식의 역사를 경제적 흐름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여 들려주는 저자의 재치 있는 입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문학이라는 높은 벽이 맛있게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시중에 음식 재료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지만, 이처럼 가볍게 읽히면서도 묵직한 지적 만족감을 주는 책은 흔치 않습니다. 메뉴판 앞에서 더 이상 당황하고 싶지 않은 분들, 그리고 우리가 먹는 것들의 진짜 이름이 궁금한 모든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 안내사항: 이 글은 과거 작성된 원본을 바탕으로 리브랜딩 과정을 거친 콘텐츠입니다. 당시의 주관적인 평가나 시대적 배경이 포함되어 있어 현재의 기준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글의 군더더기를 정리하고, 더 많은 분과 취향을 공유하기 위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 A/S: 언어의 어원 을 살펴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죠. 그렇지만, 일반인들이 어원에 대해서 찾기는 힘들죠. 인문학자나 언어학자분들의 재밌는 기획으로 이런 책들을 만날 수 있는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비슷한 책을 원하신다면 <걸어 다니는 어원사전> ,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