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맨 처음 중고서적에서 봤을때 왠지 강렬한 표지에 '오!'하고 구매했습니다.
어디서 만든거야? 팝툰? 음...이거 또 신선한 책이겠구먼... 하고 질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 이 만화를 팝툰에서 봤습니다. 아니 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잘린 좀비가 자기 머리를 들고 있는데 군인(?)이 총을 쏘고 있고 좀비몸뚱아리는 자기 머리를 움직이면서 총알을 피하고, 몸뚱아리가 머리들고 뛰다가 넘어져 굴러가자 머리는 몸뚱아리 욕을하고...
그러면서 그림체는 왠지 단순해보이고...
'뭐 이런 약 먹은듯한 만화가 있나..' 하고 웃고 넘겼었죠.
하지만 지금 보니... 오. 내가 왜 이걸 놓쳤지? 싶었습니다.
스토리는 평범한... 좀비물입니다.
한 가족이 야유회를 갔는데 집안의 장남이 좀비에 물립니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멀찌기 떨어집니다.
이제 곧 죽을거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 내키는 대로 사는 주인공.
하지만...어라? 좀비에 물렸는데 세상이 더욱 살만합니다?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 아무 겁도 안나고, 좀비가 되니 맨날 얻어맞던 골목대장에게 맞아도 안아픕니다. 동생에게 삥을 뜯는 녀석들에게도 혼쭐을 내 주고, 짝사랑하던 은행창구여직원에게 고백받고 결혼도 합니다.
변한건 그뿐만이 아닙니다.가족들도 처음에는 좀비에 물리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살기에 바쁘지만. 점점 좀비가 된 주인고에게 신경을 쏟고 관심을 가져줍니다. 동생은 오빠를 잡으러 온 자기 친구들과 싸워서 오빠를 구해내고, 아빠는 아들이 간다고 하니 갑자기 마음이 여려지며, 엄마는 아들 걱정을 합니다.아들이 좀비가 되어서도 말이죠. 그러더니 국가시설에 갇혀있던 주인공을 구해내고 완전한 좀비가 되어 이성을 잃은 그에게 교육도 시키고 먹을것도 줍니다. 그는 사람일때는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었지만. 좀비가 되고서야 가족의 일원이 되고.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 나갑니다.아이러니하죠.
보통 영화나 만화 같으면 이런 가족들은 좀비가 된 주인공한테 대번에 물려죽거나 머리에 총질하면서 '이게 널 위한 길이다' 하면서 떨어지거나. 혹은 또다른 좀비들이 가족들을 습격하고, 그 속에서 꽃피는 가족애나 사랑. 뭐. 이런 이야기들이 쏟아지는게 일반적이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의 재미를 돋워주는게 바로 앞에서 말한 개그스런 상황과 약간은 단순한(혹은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림체입니다. 다소 징그럽고 잔인한 장면들이나오기도 하지만. 다소 단순해 보이는 그림체 덕분에 흉한 장면에 집중을 덜 할 수 있게 하고, 돔비한테 물리며 담배를 피는 구렛나루 형님이나.노래부르면 사람들이 죽이러 부르는 남자, 침흘리는 쌍낫할아버지등 황당하고도 재미난 케릭터들이 더욱 생명력을 가질수 있게 되고, 고뇌에 빠지려는 아버지를 가만히 두지않는 주변 사람들(화장실에서 고민하니 똥좀누자고 재촉하고, 밴치에 앉으니 노숙자가 옆에 않고...)이나 클럽에 있던 사람들이 좀비에 물려 클럽을 돌아다니는 좀비들등 심각하지만....웃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좀비를 가지고 이런 순수한 가족애와 재미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다니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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